편지가 eBook되다

브레히트 서사극 - 동양 연극술 이전 연구

그리스도의 편지 2019. 8. 25. 23:07





브레히트 서사극 - 동양 연극술 이전 연구
- 동양극에서 서사극 형식과 양식을 이전한 브레히트
 
 
 


53번째 eBook으로 국내 출시한 "브레히트 서사극 - 동양 연극술 이전 연구" (표지 클릭시 교보문고로)


   동양극에서 서사적 요소를 이전한 연극술에 관련된 주제에 관한 한, “문학자들과 연극학자들은 내가 어디서 서사적 형식과 요소를 실제로 이전했는지 어차피 알지 못한다“는 브레히트의 비웃음에서 결코 자유로와 질 수 없다. 브레히트는1935 년 「극작가의 노래」에서 그 당시까지 자신이 발견해 서사극에 이전한 형식을 어디로부터 이전한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시형식과 관련해 1938년 8월 3일자 『작업일지』에서 “나의 작업에서 옛 형식을 찾아내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이 새로운 어떤 형식을 발견하고는 이것이 내가 관심을 두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다양한 시대에 속한 시, 소설, 희곡술 및 연극의 옛 형식을 연구했다. 그런데, 이러한 형식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나는 그것을 곧 바로 포기했었다“ (GBA 26,315 f.)라고 동시대 학자들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이런 브레히트의 비웃음은 그가 죽고 60여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브레히트 서사극과 동양극 형식“이란 연구 분야에서 해소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


   실제로, 브레히트는 자신의 이론서에서 인도 산스크리트극의 거장 칼리다사를 서사극의 증인으로 언급하는 사실에서부터, 실제로 산스크리트 희곡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그 기술을 서사극에 적용했으며, 유일한 스승인 포이히트방어가 산스크리트극을 번안한 작품의 공연을 통해 산스크리트극을 접했으며 연구했었다. 소년시절 고향인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이미 중국 번안극 『Mister Wu』를 관람했음은 물론이고, 베를린 시절 원곡 元曲인 『합한삼』과 포르케와 클라분드의 『Der Kreidekreis』의 공연에 참가했으며 망명시절인 1935년에 매란방의 공연을 직접 관람했었다.

    더 나아가서 일본 노 (Nô 能)극인 『Tanikô 谷行』을 원본으로 『동의하는 사람 Der Jasager』을 번안하고 이 형식을 계속 다른 교육극에다 이전했으며, 같은 해 베를린에서 가부끼 순회공연도 실제로 관람하기도 했던 것이다. 1940년에는 일본 신파극인 야마모토 山本有三의 『Tojin Okichi 女人哀詞』를 가지고 그 당시까지 동양극에서 이전한 서사극 형식과 기술을 모두 동원해 『시모다항의 유디트 Die Judith von Shimoda』란 번안 작업을 통해 일본 현대극에 신선한 자극을 되돌려 주고 있다.


   하지만, 브레히트가 “낯선 기술의 이전“ 대상으로 동양극을 연구하고 자신의 서사극에 이전해 발전시켰던 동양극의 형식과 기술들은 단순히 해당 희곡들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일에 머물 수만 없으며, 오늘날 독문학자나 연극학자들이 손쉽게 다루기 힘들 정도로 그야말로 브레히트 서사극보다 훨씬 더 “낯선 나라 연극“들이자, 방대하고 폭넓은 주제로 남아 있다. 왜냐하면, 관련 연구를 위해 인도 산스크리트 연극, 일본 노 (Nô 能)극과 중국 원곡 元曲의 극 형식과 기술들을 먼저 이해하는 일이 선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브레히트 연구들에서 마치 브레히트가 서사적 형식을 일본 고전극에서 배운 것처럼 연구하고 지나치게 강조했지만, 브레히트 자신은 「극작가의 노래 Lied des Stückeschreibers」 (1935년)란 시에서 첫 희곡 작품에서부터 그 당시까지 시도했던 모든 연극작업에 관해 기술하면서도, 정작 일본 연극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시 (詩)를 통해 인도 산스리크트 연극 그리고 중국 元曲과 梅蘭芳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중국 연극을 경험했던 모든 자기 극작업의 경륜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만, 일본극에 대해서는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내가 본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난 다른 민족들과 다른 시대의 연극술을 검토하지.
몇 작품을 나는 번안했네, 아주 똑같이
각 기술을 점검하고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을
내 가슴에 새기며.
나는 영국인들을 통해 다양한 인물들과
유명한 귀족들의 표현력을 연구했지
세상이 크게 확장되도록 이들을 이용했네.
나는 도덕적 견해를 고수한 스페인인들
아름다운 감정 표현의 대가인 인도인들
그리고 가족들을 연기하는 중국인들
그리고 도시들에서 다양한 운명을 연구했다네.
(Aus: Lied des Stückeschreibers. GBA 14, 299 f.)

   

   이것은 시인 브레히트 자신의 의도를 시에서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노 (Nô 能)극, 『Tanikô 谷行』을 원본으로 『동의하는 사람 Der Jasager』를 번안 작업하면서 원전을 분명하게 밝힌 사실로 족하며, 일본극에서 영향 받은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고 보겠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노 (Nô 能)극만으로는 브레히트의 비웃음을 결코 멈출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 서게 된다. 


   본 eBook은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주제로 다룬 필자의 글들을 한꺼번에 편집한 것이다. 본서를 통해 브레히트가 어떤 동양극에서 무슨 형식을 전형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실마리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함은 물론이고 브레히트의 비웃음에서 학자들이 마침내 벗어날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하기를 바라마지 않으며…...


배경 음악은 2CELLOS의 "I Will Wai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