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B. Brecht/브레히트와 BCI2000

브레히트 "흔적 감추기"와 BCI 2000 "흔적 찾아내기"

그리스도의 편지 2014. 10. 22. 00:10





브레히트 "흔적 감추기"와 BCI2000 "흔적 찾아내기"
 
 
 



브레히트와 부인 봐이겔 (1936, 덴마크)


   브레히트는 창작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면 스스로 독서를 통해서 지식을 확보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각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공동 작업자나 친구들과의 대화나 토론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에 소화시켰다. 그 대표적인 예가 "브레히트와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관계일 것이다. 이에 관해서 많은 논문들이 나왔지만,“브레히트가 소장하고 있었던『자본론』과의 비교를 통해 브레히트가 과연 몇 쪽이나 읽었는지'에 대해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회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론서나 작품을 통해서 고찰할 때, 브레히트는 이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즉 이러한 지식은 직접 독서를 통해서라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강연이나 대화나 토론을 통해서 자신의 지식으로 확보한 좋은 예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아시아 연극이나 철학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시아 연극이나 철학에 관한 지식을 브레히트가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했는지 추정하고 확정하기 위해서는, 브레히트가 유고 도서관에 남긴 책들과 또 그가 언급한 자료들만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더군다나 "브레히트는 자신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했었기" 때문에, 브레히트의 이론서에만 집착하다 보면 엉뚱한 확증에 도달할 위험도 없지가 않다. 아래의 시(詩)『흔적을 감추어라 Verwisch die Spuren!』에서 브레히트는 소위 '흔적 감추기'에 관해서 잘 표현하고 있다.



네가 말한 것을 언제나 두 번 말하지 말지라.

다른 사람에게서 너와 같은 생각을 발견하거들랑 그것을 부인하거라.

자기 서명도 않고, 사진 한 장도 남기지 않은 사람,

현장에 있지 않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어떻게 잡힐 수가 있으랴!

흔적을 감추어라!


네가 죽게 되거들랑

묘비를 세우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그리고

너라고 짐작케 할 분명한 필적으로

너의 죄를 확인하는 사망 년도와 함께

네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를 알리어라!

다시 한 번 말하노니:

흔적을 감추어라!


Was immer du sagst, sag es nicht zweimal

Findest du deinen Gedanken bei einem andern: verleugne ihn.

Wer seine Unterschrift nicht gegeben hat, wer kein Bild hinterließ

Wer nicht dabei war, wer nichts gesagt hat

Wie soll der zu fassen sein!

Verwisch die Spuren!


Sorge, wenn du zu sterben gedenkst

Daß kein Grabmal steht und verrät, wo du liegst

Mit einer deutlichen Schrift, die dich anzeigt

Und dem Jahr deines Todes, das dich überführt!

Noch einmal:

Verwisch die Spuren! (GBA 11, 157)



   작가의 작품과 생애를 동일시해서 문학작품을 해설하고 추정을 하는 것을 가능한 피해야 한다. 하지만, 위의 시는 브레히트의 생애나 작품활동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작가의 자세이다. 이러한 작가의 창작활동은 결국 20 세기 작가들 중에서 아주 드물게 자신의『작업일지 Arbeitsjournal』를 통해 창작활동이나 문학이론, 그리고 세계문학의 수용에 관해서 집요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철저한 기록을 통해 브레히트가 자신의 족적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은 물론, 공동 작업자나 친구들의 업적을 그의 작품이나 이론 뒤로 희석시키는 역할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작품과『이론서』곳곳에서 발견된다.


  브레히트가 특정 원전이나 자료를 가지고 작업했지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숨겨진 자료들이 있을 뿐 아니라, 이제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자료들 중에도 잘못 확인되었거나 누락된 자료들이 많이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브레히트가 의식적으로 그 흔적을 감추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직 이 분야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기에 특정 자료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반면에, 브레히트의 아시아극의 수용 측면에서 중요한 자료를 경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BCI2000은 방대하게 처리된 자료들을 통해 브레히트가 자신의 창작에서 흔적을 감춘 것을 벗겨내거나 찾을 수 없는 "흔적들"을 다시 찾아내어 관련성을 밝혀내는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



배경 음악은 Ennio Morricone의 "Friendship and Love"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