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서/운하 물길 · 자전거길

2MB, 그대는 정말 자전거길을 원했던가?

그리스도의 편지 2009. 7. 25. 07:06

   


세상에서 물보다 부드러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딱딱하고 강한 것을 꼼짝 못하게 하는데는

물에 필적할 그 어느 것도 없다.

물은 어떠한 것으로도 변화되지 않는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을 이기는 이치를

온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법칙에 따라 행동하려 들지 않는다.

 

(노자, 도덕경 7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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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을 위해 실제로 필요한 자전거길

 

    흔히들 후진국이나 계발도상국이 그러하듯이, 기술산업혁명에 성공한 선진국을 따라가거나 흉내 내기위해 우선 외형적인 성공을 위해서 전력을 다한다. 그 결과 산과 강 그리고 자연은 병들어 죽어가고, 자연과 조화스럽게 더불어 살던 인간은 각종 공해에 시달리며 결국은 병든 자연으로부터 공업화의 결과를 되돌려 받는다. 산행하다 마음대로 마시던 물을 더 이상 마실 수 없으며 신선한 공기도 더 이상 들여 마실 수 없고, 자연 속에 동식물 조차도 앓아 눕게 된다. 이것이 더욱더 심화되어 요즘은 전 지구가 전반적으로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남북극과 알프스, 히말라야 산의 만년설과 만년빙하가 녹아내리고, 사계절도 이제 뚜렷한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오로지 경제발전으로만 치닫던 한국, 그것도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스스로 녹색운동을 펼치겠다는 일은 일단은 무조건 환영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실제 녹색운동을 잘하기로 유명한 독일은 녹색당이 모든 분야에서 녹색운동을 당정책, 정강의 중심으로 삼을 정도로 철저하다. 그래서 비록 총선거에서 5% 남짓한 지지를 받지만 자기들의 정책을 국가정책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 보수당이 가능하면 듣기 싫어하는 녹색정책을 한국에서는 스스로 극보수당이라는 정당이 정책을 편다니 얼마나 더 환영할 일인가?!

 

    그런데 문제는 외치는 소리와 실제 현실과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이것은 2MB 대통령이 "노후에 녹색운동가가 되겠다"고 하는 의지에서 당장 드러난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면, "녹색 운동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 알기에, 나이들어서라도 녹색운동을 하고싶다"는 현재 대통령직에서의 미래의 희망을 말한 것이다.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는가? 녹색운동이 그렇게 중요하면, 소위 대한민국의 행정부 통치권을 쥐고 있는 현재에 바로 정책 수립을 해서 구체적으로 주춧돌을 놓고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야 하지, 왜 노후에 하시겠다는 것일까??

 

    큰 예를 들어, 녹색 운동에 철저한 이론과 지식이 있고 실제로 녹색운동이나 정책을 하겠다면, "4대강 운하건설" 내지는 "4대강 정비공사"를 하겠다고 절대로 외치지 않을 것이며, 보다 구체적인 녹색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할 것임에 분명하다. 세계 선진 공업국들의 보수정당들이 흔히들 모든 일어날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가시적 경제성장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무슨 정책이던 일단 강행한다. 이렇게 볼 때, 2MB 대통령의 현재 녹색운동은 전형적인 보수당 정책과 결코 맞지 않는 "녹색정책, 녹색운동"의 옷을 걸쳐 입은 것 뿐이고, 본질은 보수정책의 일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것은 독일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즉, 사민당/녹색당 정권이 "원자력 발전소를 영원히 잠재우겠다"고 계획했던 녹색정책에 대해 메르켈(Merkel) 수상은 지난 선거에서 1% 우세로 권력을 잡았고 사민당 (SPD)과 대연정을 해서 집권했기 때문에 대연정 계약에 묶여 단지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이다. 올해 9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보수당 기민당 (CDU)의 대권자인 메르켈은 국제금융위기에 힘입어 '이 정책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앞으로 계속 원자력 발전을 가동시키겠다'는 정책을 총선공약으로 내걸고서 보수당의 압도적 승리 내지 대연정 없이 재집권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비슷한 예는 이미 조국강산 곳곳에 수없이 산재해 있을 것이다. 녹색운동의 일환으로 이미 도처에 진행된 풍력발전기 설치를 한번 살펴보라. 녹색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을 진행해서 보수정당들의 논리로 사업 이익을 추구했지만, 정작 그 댓가의 몇십배 몇 백배의 자연을 파괴하고 있지 않는가? 외침과 무늬만 녹색운동이지, 실제는 정반대의 녹색운동, 심하게는 자연파괴 운동이 아닌가??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녹색정책의 하나로 내건 <자전거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대한민국 인구의 25% 이상이 몰려사는 수도권/서울 시내에 자전거길을 확보하는 일을 우선시 하지 않고, 운하를 일단 건설하고 막대한 자본을 들여 강변에 자전거길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로 자전거 탈 수 있는 곳까지 자전거를 운반한 뒤에, 레저용이나 스포츠 용 자전거 길을 만들겠다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이상한 선전을 정부가 하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자전거가 장거리 교통수단이라기 보다는 시내 안에 근거리 이동을 자동차를 대신해 교통수단으로 대치될 때, 녹색운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부차원에서는 녹색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전거 정책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달곤 장관은

 

일단은 전국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서 국민들에게 자전거 바람을 일으키자는 취지가 있는 것이고, 기존 도시 안에 자전거 도로 설치는 교통 문제도 있고 비용이 많이 들어 쉽지 않다” (한겨례 신문, 2009년 5월 10일)

 

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국가정책이 막대한 세금을 소비해 가며, 당장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어 녹색정책에 기여할 자전거길이 아닌 <바람잡이 역할>을 하기 위함이란 것이다. 자전거길이 완공된다 해도 장거리 길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서울 시내나 대도시에서 마트나 담배가게 가는 길은 자동차를 타고 가게 하겠다는 선후가 뒤바뀐 그야말로 웃지못할 헤프닝이 아닐까?

 

    녹색운동과 녹색정책은 그냥 외침과 구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혹사 당할대로 혹사당하고 황폐해진 주위 자연을 당장 주위부터 보호하고 그 요인을 서 있는 현재 위치에서부터 줄이고 없애가는 과정이 녹색운동이 아닐까??

 

    이렇게 볼 때, 4대 강변에 만들어질 지 모르는 자전거길보다 우선적으로 당장 시급한 녹색운동은 서울 시내나 대도시에서 현재의 자동차 차선을 줄여서라도 자전거 길을 만들고, 관련 법규를 만들어 자전거를 실생활화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노후에 녹색 운동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는 다시 공약아닌 빈말을 하는 것보다, 현재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의 중심에 아직 있을 때, 3년 남짓 남은 임기동안 만이라도 당장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고 정책을 펴고 후진이나 후임정권들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참된 녹색운동, 녹색정책의 터를 다지는 일이 진정한 녹색운동이 아닐까 한다.

      

    독일에서는 고속도로를 제외하고 일단 도로를 낸다는 것은 차도, 인도 그리고 자전거 길을 동시에 내는 것을 말한다. 즉 도로가 없는 자전거 길이 없고, 자전거 길 없는 도로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어떤 식이든 도로가 있는 곳에는 자전거 길을 내어, 가능하면 자동차를 타지 않고도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대치해 녹색정책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녹색정책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도심 자전거 길은 과연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도록, 베를린 포츠담 광장과 국회의사당 사이의 놓인 자전거 길을 무작위로 사진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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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독일 국민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가 자전거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 3학년 때, 도로상에서 자전거 교통법규를 가르치고 면허시험을 보게 한다. 이를 통해 모두가 자전거를 탈수 있게함과 동시에 자전거가 교통수단의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일찌감치 학교수업에서 이미 교육시키고 있다.  심지어 2012년부터인가 새로이 시행된 교통법규에는 자전거 타고 다니다 교통법규 위반한 벌점이 자동차 운전면허 벌점에 자동으로 가산되고, 벌금도 내도록 하고 있다.

 

 

 

장벽이자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던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여기는 자전거 길이 따로 구분되지 않은 자유로운 길

(오마바가 후보자로 베를린을 방문해서 이 문 앞에서 연설을 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부시와 친했던 메르켈 수상은 부시가 원하지 않자, 개선문 중앙 사이로

보이는 승리의 여신상을 연설장으로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것이 오히려 오바마가

이미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이미지와 조짐을 강하게 심어준 것이다.)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주위의 자전거 길

 

장벽이 세워지고 유일한 동/서 베를린 사이의 통로였던

프리드리히가의 챨리 체크포인트

이렇게 좁은 길일 경우, 도로와 인도 사이의 좌우변이 자전거길

 

 

 

인도가 좁은 도로는 자동적으로 차도의 일부가 자전거길로 된다.

여기 특수한 경우는 차도 - 자전거길 - 주차장소 - 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 행정부 각종 부서가 즐비하게 놓여진 거리의 자전거길

여기서 도로 좌우에, 도로와 인도 사이에 놓인 자전거 길을 볼 수 있다.  

 

 

 

포츠담 광장 역 주위의 자전거길

 

 

 

포츠담 광장 역에서 나온 도보인파들,

이럴 때 자전거와 충돌사고가 나면 질서를 어긴 도보자들의 실수

 

 

 

 

신호등 건널목길의 자전거길

(건널목 자전거길도 충돌과 혼란을 막기위해, 좌우통행을 구분하고 있다)

 

 

신호등 건널목과 직진 자전거길 처리

(중간 숲에 원형 아치형으로 보이는 것이 독일 연방의회 건물)

 

 

 

 

장벽자리에 세워진 포츠담 광장 역

 

 

 

베를린 필하모니 이외에 허허벌판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위치했던 포츠담 광장에 새로 세워진 소니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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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들이 지금 당장 서 있는

그 곳에서 시작하라! 기다리지 말라!

보다 더 나은 주위 여건을,

너희들이 시작하는 그 순간에

그 여건은 자동적으로 오게 된다.

 

(Petra Kelly, 독일 최초 연방의회에 입성한 녹색당 의원) 

 

 

 

 


배경음악은 Omar Akram의 "A Vision Of You"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