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서/운하 물길 · 자전거길

라인강은 그냥 강일뿐이다!!

그리스도의 편지 2009. 5. 9. 01:13

 

말로만 듣던 라인강변에 서게 되거나

독일 관문인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가로지르는 마인강을 보게되면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게 보이는 게 있다.

시내를 통과하는 강줄기는 조금 다르지만,

윗 사진처럼 대부분 강들이 높은 강둑은 보이지 않고

물이 거의 눈 앞에서 찰랑거리며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독일에는 홍수라는 것을 모르거나

라인강이 홍수에 전혀 대책없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독일에는 아예 홍수나는 일이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위에 홍수 수위 기록표에 드러나듯이

라인강도 홍수가 자주 있으며,

그것도 전부 대서양에서 태풍이 불어오는

겨울이나 봄에 치우쳐 있다.

1988년 3월 83센티,

1995년 1월 84센티,

1999년 2월 84센티,

1990년 2월 86센티,

1999년 5월 87센티,

  

수위가 이 정도 높아지게 되면

현재 사진을 찍은 위치는 오래 전에 잠기고

 강변에 왠만한 나무는 전부 물속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상류가 이정도면,

하류에 놓인 도시인 쾰른 구시가는 침수 준비를 서서히 해야하며,

네덜란드는 잠수 준비를 해야 한다고나 할까...

 

그럼 홍수 때 그 많은 물들이 전부 어디로 갈까?

한국에서 억지로 품어 올리는 분수와는 달리 유럽의 분수들이 그냥 흘러서 넘치듯,

라인강물도 점점 수위가 오르게 되면 그냥 흘러 넘치도록 방치한다.

그렇다면 이 물이 넘쳐서 어디로 흘러갈까?

고정적으로 흐르는 라인강변을 넘어서

강변 주위에 있는 숲이나 늪지대를 채우고

수면이 서서히 차올라서

강변에서  1-2킬로 떨어진 홍수장벽인 자전거길이 찰랑거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라인강변과 평행선으로 달리던 자전거길이

마침내 강둑의 역할을 대신한다.

 

홍수가 날때, 본류의 유속은 그대로 흐르지만

평상시에 강변과 자전거 길 사이에 넘쳐 차오른 물은

그리 큰 파괴성이 없이 넘쳐서 잔잔하게 고인물로 유지되게 된다.

 

 

강변에서 1-2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1,5미터 정도 높이의 홍수장벽이자 자전거 길

 

 

 

홍수가 더 심해서 자전거길도 넘칠 경우,

다시 1-2킬로 밖에 위에 사진 같은 2차 홍수방지 둑이 있다.

이 둑위로는 통행길이 없고 보통 좌우로 길이나서

산책로나 자전거길로 사용되고 있다.

 

라인강변은 물론 크고 작은 지류들도

도시나 거주지를 제외하고 푸른 숲이 조성된 곳은

거의 이런 시설로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강 주위에 엄청난 면적의 유휴지를 확보하고

물의 속성을 가능한 최대로 인정하고

스스로 흘러 넘치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깊게 파고 높이 쌓은 강둑은 어떠한가?

거세진 유속과 흐르는 물의 힘을 받아 견디다가

강둑이 터지고 끊어져서 막대한 수해를 내지 않는가?

 

2MB 대통령의 "강물 흐르는 곳에 민심도 떠내려 간다"는

말에서 그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서해로 강물과 함께 민심까지 빨리 떠내려 보내기 위해

만드는 운하작업 내지 4대강 정비 작업의 큰 윤곽이 말이다.

 

그런데 물은 일단 한번 흘러가면 다시 역류하지 않으며,

민심 뿐만 아니라, 주위에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쓸어 가버린다.

잘못하면 우리나라처럼 년중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었고

호우와 태풍이 빈번한 나라에서는

육지에 있는 모든 것을 서해로

신속하게 떠내려 보낼

거대한 수로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독일 라인강을 운하로 잘못 보고

한국에 운하건설을 기획했다는 이야기나

각종 언론들이 라인강에 떠다니는 배를 보고

국내에다 운하로 소개하고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물론 중부 독일에 가장 대표적이고 300킬로가 넘는

도르트문트와 엠스(Ems)강을 연결한 운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필요에 의해서 군데 군데 작업한 구간이지만

라인강은 운하가 아닌, 그냥 잘 정비된 강일 뿐이다.

 

독일의 진짜 운하들 - 기술내역과 건설연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