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서/운하 물길 · 자전거길

라인강의 비밀 - 옆구리따기

그리스도의 편지 2009. 5. 10. 07:50

 

 

 

라인강 강변을 따라 2 킬로 정도만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세심하게 관찰해 본다면,

독일인들이 아주 간단한 처치로

대담하고도 실용적으로 수자원 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라인강변 옆구리 따기"이다.

옆구리 따기를 한번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라인강이 흐르는 강폭 중간 지점에

간혹 붉은 투브나 푯대가 박힌 부분이 있다.

그렇게 표시된 지점에

좌우 한쪽은 수심이 깊어 배가 통과할 수 있지만,

다른 한쪽은 수심이 얕아서 배가 통과할 수 없다.

 

이렇게 강이 흐르는 각 지형과 흐름에 따라서

깊은 쪽이 좌측이 될 수도 있고 우측이 될 수도 있다.

 

위의 사진에서 강 중간에 꼽힌 푯대 중심으로

물결이 우측에서 점점 굴곡이 지는 것을 보아서

우측이 좌측보다 수심이 얕은 편이다.

 

 

이렇게 유유히 흐르는 라인강의 좌우측 수심을 달리해서

1-2 킬로미터 흐르게 한 뒤에

흐르는 속도의 차이로 인해 물이 강둑으로 치우쳐 몰리는 지점에

옆구리를 딴 뒤에 그 구멍을 통해서 

흐르는 물을 라인강밖으로  빼내는 기술이다.

강바닥의 높이를 서로 다르게 하고

물의 흐르는 속도를 달리했기 때문에

뱃길이나 흐름에 상관없이 여분의 물을

이 옆구리 따기로 강변 밖으로 유도해내는 지혜이다.

 

 

이 옆구리를 통해 빠져나온 물을

강과 자전거길 사이 숲으로 빼내어

도처에 흐르는 물이 하류로 그냥 흘러가버리는 것을

가능한 한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라인강변의 옆구리 따기는 어쩌면

독일인들이 흘러가버리면 그만인 물을

최대한 강변 주위로 빼돌려서

라인강의 수량이나 속도 조절은 물론이고

수자원을 최대한 이용하고 비축하는 비결이라고 볼 수 있다.

 

옆구리 따기로 수자원을 주위 내륙지방으로 정체시킴으로

우거진 숲과 초원에 수분 공급은 물론이고

지하수로 스며들도록

최대한 지연시키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옆구리 따기로  강변과 자전거 길 사이로 유도해낸 물은

어떻게 되었을까?

숲속에 들어가보면 간단하게 볼 수 있다.

우거진 각종 나무들과 각종 식물에 수분을 공급하며

나머지 물은 지하수로 스며들기도 한다.

 

 

 

 

물들이 모여서 천연적인 늪으로 각종 곤충과 개구리 등

다른 늪지대 동물들과 조류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고

주위 생태계에 풍부한 먹이사슬이 조성되도록 한다.

 

 

 

 

그렇게 물은 흐르고 고이고 하다가 남는

물들은 낮고 깊은 곳으로 모이고 흘러서

다시 라인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런 옆구리 따기 덕분으로 

현재 살고있는 도시에서는

풍부하게 흐르는 라인강 강물을

수도물로 정수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숲속 도처에 관을 박아서 지하수를 뽑아서

각 가정에 수도물로 공급받아 마시는 혜택을 입고 있다.

 

 

 

모인 물들이 다시 라인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모습.

이 길은 주로 청소년들이 카누 연습장용

수로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라인강은 한국에서 흔히들 주장하는 것처럼,

운하가 아닌 잘 정비된 강이다.

그것도 물의 속성을 최대한 인정하고 살려서

녹색운동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라인강 물의 흐름을 지연시켜 

가까운 미래를 위해서는

라인강변의 수자원을 풍부하게 하고,

먼 미래를 위해서는 

지하수를 보다 풍부하게 저장시켜

후세대를 위해 수자원까지도 저축하고 있는 셈이다.

 

이 옆구리 따기를 두고 본다면 독일에는 엄청난 숫자의

수로 (Kanal, 운하)가 있는 셈이다.

바라건데, 4대강 대운하 건설과 세계 제 1의 토목기술을

외치지만 말고 독일 라인강에서 배울 것을 배워서

4대강 운하이든 5대강 살리기 작업을 추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