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B. Brecht/베르톨트 브레히트

베를린 - 빈자리 두고 기다리는 브레히트가 있는 도시

그리스도의 편지 2008. 4. 8. 01:03

Candle




빈자리 두고 기다리는 브레히트가 있는 도시
 
 
 

 


베를린 상공에 십자가를 없애는 일에 영향을 끼친 두 영혼들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이들 정신에 따라 시청조차도 "붉은시청"이라 불렀다.

(실제는 이들과 무관하고 붉은 벽돌로 지어져서 그렇게 부름)


십자가를 앗긴 베를린 두오모


교회 제단


제단 천정벽


석학들을 키워낸 훔불트 대학


양쪽으로 늘어선 보리수,
길거리 이름 조차 "보리수 나무아래서"인 동베를린의 중심가



동베를린의 끝, 브란덴부르크 문


한때 친구가 전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베를린 앙상블


늘상 친구를 위해 자리를 비워둔 다정한 친구



베를린, 그것도 동베를린은
늘 따스한 친구를 찾아가는 즐거움으로 가는 곳이다.

장벽이 가로막고 있을 때는
그대가 수많은 자료들을 남겨두고 간
문서보관서의 복사본만 보았을 뿐
동서로 가로막힌 장벽이
너와 나의 장벽이었다.

장벽이 무너져 내리자말자
2주 만에 그대를 만나기 위해 달려갔던 그 길을
이제 전혀 다른 일로 이렇게 그대에게 달려가 
꼭 남이되어 서먹서먹해져버린 사람들마냥
관광객으로 그대 옆에 다시 앉았다.

아들녀석이 언젠가 
서재에 앉은 이 친구를 보고
"완전히 잊고서도 괘않아?"하던 말을
"나 잊고도 잘 살 수 있지?"하고 
옆에 앉아 그대 한쪽 무릎에 손을 얹고 포즈를 취한 
이 친구에게 그대는 속삭인다.

 

"그럼!!! 이렇게 잊지 않고, 
잠시나마 또 다시 그대를 찾아 오지 않았어?"
"열심히 이렇게 앉아 오래 오래 침묵해봐!!"
"그래도 막은 오르고 또 내릴거야!"

너무나도 오랫만에 다시 찾아온 친구에게
"나를 위해 엄청난 정열을 보였던
그대같은 친구가 요즘은 없어!"
라면서 서운함을 표시한다.

"그래! 외로워도 어쩔 수 없어! 
인생은 어차피 홀로서기야!"
"그대가 여기 혼자 이렇게 앉아서, 
누가 옆에 앉아 줄 빈 자리를 
늘상 마련하고 있는 그대는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라네.
언젠가 누군가가 그대 옆에 
속삭이고자 앉게 되니 말야....."

이렇게 오랫만에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을 보면서
오랜 친구랑 짧은 대화를 마친 뒤
빈자리를 남겨둔 채로 생업을 위해 달려갔다.


배경 음악은 Ennio Morricone의 "Friendship and Love"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