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詩 되다/소네트 Sonette

꿀밤묵에 담긴 추억에 대한 소네트

그리스도의 편지 2018. 11. 8. 23:06




꿀밤묵에 담긴 추억에 대한 소네트
- 추억적 삶과 실용적 삶 사이에서




그림: 칼 프리드리히 레씽의 "천년 묵은 참나무" (1837년)






꿀밤묵에 담긴 추억에 대한 소네트

- 추억적 삶과 실용적 삶 사이에서


부모님은 고향을 등지고 황성리에 자리잡았다.
황성리 고성숲엔 꿀밤나무 아름드리 자랐지
가을엔 꿀밤 모아 꿀밤묵, 꿀밤떡을 먹었지
꿀밤으로 배고픔 달랬던 아름다운 내 추억이다.

고국 떠난 떠돌인 검은숲 오동나무에 걸렸다.
그곳엔 밤나무와 꿀밤나무 아름드리 자라지
가을엔 알밤 주워 군밤으로 고국 생각 달래지
그런데, 천지 삐까리인 꿀밤은 정작 외면했다.

참나무에 열리는 도토리, 사투리론 꿀밤이야!
도토린 보리고갯 시절, 구황식물로 최고였네
참나무 증거되지: 흉년 내다 본 어른 살았노라고.

꿀밤묵은 오늘날 말 그대로 친환경 식품이야!
아내는 가족 건강 위해 꿀밤묵 기꺼이 쑨다네
철부지 남정네는 고성숲 추억을 되씹는 것이고.

(2018년 11월 7일, 독일땅에서 꿀밤묵을 음미하며)



<꿀밤묵 전과정 전에 시험용으로 만든 한 접시>


배경음악은 다영의 "Monolog [모놀로그] - 경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