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서/독일언론이 본 한국

(오늘도) 또 다시 독일 핑계???

그리스도의 편지 2009. 11. 6. 01:53

   

..............................................................................

희들이 지금 당장 서 있는

그 곳에서 시작하라! 기다리지 말라!

보다 더 나은 주위 여건을,

너희들이 시작하는 그 순간에

그 여건은 자동적으로 오게 된다.

 

(Petra Kelly, 독일 최초 연방의회에 입성한 녹색당 의원)

 

 .................................................................................

 


독일 수도이전과 잘못 비교된 교훈

 

    언제인가부터 한국 정가에서는 궁지에 몰리면 독일 것을 핑계로 들어 위기를 면하거나 궁색한 정당성을 찾는데 약방의 감초처럼 독일 것을 파는 기현상이 생겨난 듯하다. 약방에서 사용하는 감초는 한약조제에서 없어서는 안될 것이지만, 한국 정가에서 "독일 핑계 (?)"는 어쩌면 전혀 감초효과가 아닌 국가장래를 위해서 불필요한 것이기에 지적해 보고자 한다. 독일과 견주기는 맨 먼저 제3공화국 시절 한국의 경제부흥을 기꺼이 "라인강의 기적"과 비교했었다. 독일의 젖줄인 라인강 주변을 통한 경제부흥을 "라인강의 기적"으로 부른다면, 36년간 식민지에 이어 6.25 전쟁으로 거의 폐허나 마찬가지였던 70년대 한국의 경제 부흥은 충분히 "한강의 기적" 내지 "낙동강의 기적"으로 비교할 만한 것이다. 그리고 수없이 비교되고 아직 비교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분단된 모습과 피를 흘리지 않고 재통일한 독일의 통일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라인강 줄기에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잘 정비된 자연 하천을 두고서 "라인강 운하"를 모델로 삼아 "4대강 운하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어 권좌의 중심에 오른 현정부, 독일에 있지도 않는 "마이스트 학교"를 모델로 "마이스트 고등학교"를 만든다는 이야기에 이어 마침내는 세종시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된 시점에 맞춰서 '세종시 구원투수'로 내한한 쉬뢰더 전 독일수상에게 정운찬 국무총리가 독일 통일로 수도인 본 Bonn에 있던 각종 서독 정부기관을 베를린 Berlin으로 옮겨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쉬뢰더 전 수상의 이야기가 마치 세종시 수정안을 위한 중요한 해결책이나 답이라도 되는 것처럼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독일의 수도이전은 독일 통일로 인해서 불가피하게 본에 있던 서독 연방정부 행정부처나 정부 관공서를 베를린으로 일부 내지 전부를 옮겨 통일된 독일의 새모습을 갖춘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정 국무총리가 "독일도 통일시 본에 있던 부처가 베를린으로 많이 옮겨갔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쉬뢰더 전수상이 "외교적인 대답이 아니라 진실한 대답을 원하시는 것 같다"며 "제 생각에는 부처가 분산되는 것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대답하고 있다. 하지만,  쉬뢰더 전 수상에 답에서 세종시로 정부부처가 옮겨가지 말아야 하는 근거를 찾는다면, 그야말로 정총리는 연목구어를 추구하는 셈이 되고 만다. 

   

1) 독일은 2차 세계 대전 후, 동독은 수도였던 동베를린에 서독은 본에 수도를 정하고 각각 다른 정부로 출발했으며, 그 체제를 통일될 때까지 유지했었다.

 

2) 통일후 베를린이 수도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을 때, 의식있는 독일인은 물론 유럽 각국의 지성인들은 양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저주받은 도시 "베를린"이 또다시 독일의 수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고백들이 팽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이 수도로 결정되었고, 원래의 수도로 동서독이 합치듯, 동서로 갈라진 베를린이 하나가 되어 다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 된 것이다.

 

3) 쉬뢰더 수상의 "부처가 분산되는 것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는 대답의 요점은 부처가 분산되지 않기 위해 차라리 수도가 본에 있었어야 한다는 대답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양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수도 베를린에는 그 당시에 지어졌던 훌륭한 부처 건물들이 있기에 쉬뢰더 전수상이 처음 집무했던 연방의회 맞은편에 새로 지어진 독일수상이 집무하는 건물 이외는 전부 과거 관청을 일부 수리하여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당시에 없었던 환경청 등과 같은 부서는 당장 들어갈 관청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 짓는 비용문제로 본에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이 문제는 아주 합리적인 독일인들의 선택이었고 또 그 결과였다.

 

4) 한편으로 쉬뢰더 수상이 말하는 "행정부처 분산"은 피할 수 없는 독일행정부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한예로, 독일의 모든 법의 중심지가 본도 베를린도 아닌 칼스루에라는 자그마한 도시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연방검찰청은 물론이고 최고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이 도시에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이 부처를 베를린으로 합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5) 본에서 베를린으로 수도 이전과 더불어 가장 큰 비용의 발생은 본에서 종사하던 관료들을 전부 연방정부의 비용을 들여서 베를린으로 옮기는 데 소요된 인적비용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 때문에 이중 비용손실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베를린이 통독된 독일의 수도로 결정되는 것을 반대했었던 것이다. 

 

6) 베를린으로 독일 수도 이전과 일부 연방정부 관청의 이전은 실제로 세종시처럼, 인위적으로 도시를 형성하고 건물을 완전히 새로 짓거나 새로운 도시 건설 문제가 결코 아니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수도이전 결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본과 베를린에 같은 행정부처가 분리되었던 사실이 비효율적인 점과 그로 인한 연방정부의 재정 손실을 두고 "부처 분산이 좋지 않다"고 답한 쉬뢰더 전수상은 아주 솔직한 답인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관리들이 사무실은 베를린에 있지만, 집은 여전히 본에 둠으로써 공무원들의 이중 거주생활비(정부가 해당 공무원의 배우자들의 직장까지 알선해 줄 수 없기에)를 연방정부가 고스란히 지불하고 있고, 어떤 부서는 해당 장관이 베를린과 본을 왔다갔다 (ICE로 4-5시간거리, 비행거리 1시간) 하는 경우를 두고 말하는 그야말로 쉬뢰더 전수상의 "진실한 대답"인 것이다. 예를 들어 쉬뢰더 전수상도 수상이 되면서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새로 결혼했던 기자출신인 젊은 부인과 딸이 하노버에 살았기 때문에, 임기 7년동안 베를린과 하노버를 왔다갔다하기를 자진했던 소위 "기러기 아빠"의 생활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이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 베를린에 근무하는 국회의장격인 연방의회장부터 수많은 관리들이 단지 공무상으로 베를린에 방이나 집이 있을 뿐이지, 가족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가 애초에 대한민국 국회가 왜 세종시 이전을 계획했으며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명문화시켰는지 그 배경을 설명했더라면, 아마도 법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인 쉬뢰더 전 수상에게서 전혀 다른 답을 듣게 되었음에 분명할 것이다. 쉬뢰더 전수상은 본을 베를린으로 옮기고자 연방정부가 해당관료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재정손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정운찬 총리가 정부부처 이전을 염두에 두고 관료들과 가족들에게 지불해야 할 막대한 인적비용 때문에 세종시 문제를 두고 "정부부처만은...."이라고 주장한다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국세를 아끼고 정부 공무원과 공무원 가족들의 장래를 생각하는 국무총리를 둔 셈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명품도시, 자족도시하는 주장으로 봐서는 그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임에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 세종시 이야기가 애초에 왜 나왔으며, 국회에서 일부 행정부처의 이전 문제를 법으로까지 입안하게 되었었는가? 통일을 위해서 아니면 독일처럼, 갑작스런 통일로 새로운 수도로 이전하기 위함인가? 이러한 계획들은 결코 아닐 것이다. 괴물처럼 끝없이 커져가기만 하는 "서울특별시"의 인구분산 내지 밀집 방지와 지방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함이 아니었던가? 

 

   독일 인구가 현재 8천만인데 반해 수도 베를린 인구는 약 342만, 구수도인 본은 31만 명 정도이다. 그런데 서울의 현재 인구는 도대체 얼마인가? 본에서 베를린으로 관공서를 옮겨서 수도였던 본 인구가 베를린으로 모두 옮겨가서 31만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면, 정운찬 총리가 쉬뢰더 전 독일 수상의 답을 듣고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해 기꺼이 대답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독일사람들의 특성상 서독의 수도 본 인구는 실제로 변한 것이 없으며, 행정부처와 건물만 옮겨가서 근무처만 바뀐 것이지 실제 원거주지는 옮기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마디 말로 독일은 수도를 옮긴다고 해서, 인구가 인위적으로 옮겨질 나라도 아니고, 더군다나 그런 국민도 아니다. 입신출세해서 죽어라고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되돌와서 소박하게 사는 국민이 바로 일반적인 독일인이다.

 

    이렇게 볼 때, 정 총리가 쉬뢰더 전 독일 수상에게 "독일의 경우를 교훈 삼아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안 수정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답했다는 내용에서 '도대체 무엇이 교훈인지' 번지수가 애매모호한 그야말로 "독일 전수상이 카더라!"가 되고 만다. 매번 독일에서 차용해가는 예들과 모델들에 대한 근거는 그야말로 아무런 근거가 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전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도 않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고, "독일이 저런데! 우리도...."하는 우매함으로 대한민국의 실제와 현실과 비켜나가는 슬프고도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정부 질문에서 정총리는 "다 옮기겠다, 정부 부처만 빼고"라고 확고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 답변처럼 아무리 좋은 말로 변명에 변명을 해도 이제 애초 '정부가 모범적으로 앞장서서 대한민국 균형적 발전에 앞서기 위해 세종시 이전 계획을 했다'가 결국 발뺌하고 민간기업이나 힘없는 국립학교나 연구소를 억지로 대신 가도록 하는 결론이 되었다. 세종시 문제는 "백년대계", "통일 이후를 생각해서", "명품도시",  "자족도시" 그리고 마침내는 "독일 전 수상이 카터라!"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이미 70년대부터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었던, 수도 서울과 수도권 인구집중과 밀집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지방도시의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 이전 내지 정부 부처분산을 수없이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이런 맥락에서 "세종시 이전 특별법"은 국민의 대리자들인 대한민국 국회가 법으로 명문화시킨 중대한 결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집행기관인 행정부가 이제와서 우리 실정과 목적에 부합되지도 않는 "독일 핑계"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궁핍한 탈출구이다. 정부 부처 분산과 신도시 건설에 앞서 우리 정부가 모범으로 삼아야 할 것은, 독일 통일후 중요한 정부부처가 베를린으로 거의 다 옮겨가도 별 흔들림없이 지속되는 옛 수도 본과 같은 그러한 지방도시들이 모두 되도록 균형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세종시를 다루는 대한민국의 행정부를 위해서 굳이 독일에서 교훈이 될 것을 찾는다면,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 너무나도 이상하게 보이는 수십 년간 서독 행정의 중심이었지만 변함없이 그대로 시골 간이역과 같은 역모습을 하고 있는 독일 옛 수도인 본 중앙역 모습과 수도가 베를린으로 옮겨갔지만 전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본 시의 각가지 모습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바라기는 조국 대한민국에서 독일핑계는 이제 그만하고, 예수쟁이 대통령 답게 하나님 보시기에 한점 부끄러움 없도록 좀더 구체적으로 애국, 애족, 애민에 혼을 바친다는 훈훈한 이웃사랑 이야기를 듣고자 함은 어리석은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