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서/독일언론이 본 한국

박근혜의 "대박"과 메르켈의 "행운"과의 괴리

그리스도의 편지 2014. 3. 27. 21:08
   

 주여,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분단은 아주 냉혹했습니다
 마침내 당신의 화평의 은혜를

 한민족에게도 내려주시사
 휴전선 철조망을 활짝 걷어내시고

 그 위에다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할

 평화의 바람을 풀어놓으소서!

 (2014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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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행운"과 박근혜의 "대박" 사이의 괴리

- 독일과 한국 정상의 통일을 보는 시각차

 

 

    헤이그 "핵안보 회의"에서 수많은 불편한 이야기를 뒤로 한 뒤에 한국 행정부를 대표해서 박근혜가 독일 행정부 대표인 메르켈을 방문하여 대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언론들이 마치 메르켈이 "독일 통일은 대박"이라고 표현하기라도 한 것처럼, 억지로 말을 가져다 붙여서 천박스런 말인 "통일은 대박"이란 말을 "아전인수격"으로 가져다 꿰어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무엇보다도 메르켈은 독일 통일을 "Glücksfall 요행, 행운, 우연"이라는 단어로 독일 정치인으로 아주 겸허하고도 겸손하게 표현했고, 동독 출신인 "자기 자신도 통일의 산물"로 "대박"이 아닌 "행운아"임을 강조하면서 현재 독일 통일을 이미 누리고 독일인들에게 "선물이자 행운"으로 표현했었다. 더군다나 60년대부터 서독의 정치인들, 보수진영인 기민당 CDU은 물론이고 진보측인 사민당 SPD 측에서 중단없이 정책적으로 노력한 산물임을 메르켈은 "서로가 TV 방송까지 보고 잘 알고 있던" 독일과는 아직 냉전 상태로 있으며 통일을 해야하는 남북한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독일의 통일을 굳이 "동서독이 노력한 댓가"가 아닌  "Glücksfall 요행, 행운, 우연"이라는 말을 써서 정확하게 정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Die Staatspräsidentin der Republik Korea, Park Geun Hye, und Bundeskanzlerin Angela Merkel posieren im Kanzleramt für die Fotografen.

Die Staatspräsidentin der Republik Korea, Park Geun Hye, und Bundeskanzlerin Angela Merkel posieren im Kanzleramt für die Fotografen.

© Soeren Stache


   우리는 여기서 메르켈이 표현한 "독일 통일은 행운"이라는 표현에서 "행운"이나 "요행"이  어떤 때에 사용하는 말인가 생각해 보면, "대박"이라는 말과의 엄청난 괴리가 보다 더 명확해 질 것이다. "행운"이라는 말은 별다른 노력은 안했지만, 이미 받은 상이나 축복의 결과를 두고 겸손하게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말이던가, 아니면 정반대로 부정적인 뜻으로 아무런 노력도 없이 다가올 "요행"을 바라는 게으름뱅이들에게 한국말로 흔히 말하는 "요행만 바라는 게으른 사람"이란 부정적인 표현에 해당할 것이다.

    메르켈이 '독일 분단과 한국 분단이 많이 다르지만 비슷하다'고 말했지만, 독일 민족 분단이 "히틀러의 죄의 댓가"이지만, 한민족 분단이 일본 제국주의와 싸운 "전쟁 승리의 댓가로 받은 운명의 장난"이란 역사를 알고서 한 표현은 물론 아니다. 독일은 국제정세 변화에서 "그야말로 분단되었던 나라가 행운으로 하나로 통일된 과거 사실"을 말했고, 한국은 아직도 서로 어르렁거리면서 날세우고 있으며 모든 주변국가가 한국 통일을 전혀 원하지 않고 있는 과거 통독 이전의 상황과 비슷하니, 독일이 먼저 통일한 나라로  '다가올 한국 통일을 위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아주 겸손한 단어를 선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주변국과 미국이 감시하는 상황에서도 서독 정부는 동독을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 일부러 재활용 쓰레기를 돈을 줘가면서까지 국경을 넘어 동독 땅에다 버렸고, 그 쓰레기 속에다 "당시 금지하던 품목들을 동독에다 지원했었다"는 뒷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물론, 서독 사람들은 민간 단체들은 물론 각 개인들이 동독에다 절기마다 때마다 선물꾸러미를 보내고 도왔다. 이러던 정부 차원이나 민간차원에서 수십 년간 이질감을 없애고 한민족임을 노력해 오던 동서독이 고르바초프의 냉전체제 해체 시도와 더불어 독일민족에게 그야말로 새벽처럼 다가온 선물이 바로 "행운"적인 통일을 누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 통일을 해야하는 현재 한반도 정치 상황은 어떠한가?? 그나마 이전 정권에서 "햇볕정책"으로 남북한이 서로 대화하며 상호 방문하고, 남한이 북한을 도와 평화적 통일을 위해 추구하던 여러 정책들을 거의 원점으로 되돌리고, 그것을 심지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치부하는게 현재 한나라 (새누리) 정권, 이명박근혜 정부가 아닌가?? 이들 정권에서 통일이나 평화적 대화를 위한 노력이나 정책은 과연 무엇인가?? 오히려 평화적 대화보다는 각종 조건들을 내세우면서 무력 대결과 생각하기도 싫은 구시대의 유물인 냉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이 아닌가?? 게다가 북한은 김정일 사후에 김정은이가 권력을 세습하여, 남한 정권의 변화에 상응해서 핵무기 개발과 로켓트 발사로 무력과시를 일삼지 않는가??


    이런 상황아래서 남북한이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나 행동 없이 "통일을 대박"이라고 떠벌리거나 통일을 말로만 바라는 일은 그야말로 "요행"을 바라는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가 남발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남북간의 행동도 없이 "대박"이라는 "천박하기 그지 없는" 말까지 가는 곳마다 늘어놓는다면, "감나무 아래서 입을 벌리고 감이 입속으로 떨어지는 요행을 바라는" 게으른 어린아이의 허황된 꿈이 바로 "대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메르켈의 결과로서 "독일 통일은 행운"이란 말과 박근혜의 미래 불특정한 날의 바램 내지 막연한 꿈인 "남북 통일은 대박"이란 말 사이의 괴리는 남극과 북극, 아니 하늘과 땅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대박"이라는 천박한 말 대신에, 독일이 통일 전에 보수, 진보의 진영을 구분하지 않구 구체적으로 변함없이 노력했던 통일 정책 없이는 "대박"은 결국 "요행"을 바라는 허황된 '말장난' 내지는 그야말로 '꿈'으로 머물고 말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라는 한민족이 70 년간 불러온 통일 염원의 노래처럼, 한민족에게 있어서 통일은 절실한 소원이요, 꿈이요, 이상이다. 더군다나 천만 넘는 이산가족의 피맺힌 절규이자, 한민족의 필생의 과제이기도 하다. "헤어진 부모자식이 서로 보고 싶을 때 부둥켜 안을 수 있는 통일"에는 그 어느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을 줄로 확신한다남북통일이 단순한 소원이요, 의 차원이 아니라, 한민족이 어떤 평화적인 댓가를 치루고라도 이뤄야 할 현실로서 이제 우리 한민족 앞에 우뚝 서있다. 그렇기에 독일 통일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적으로 풀어내는 "지혜로운 한민족의 통일"을 꼭 이뤄야 하겠다.

    남북한이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남북 상호간에 이미 진행된 평화적 대화나 통일을 위한 노력들을 백지화하거나 중단하지 말고 독일처럼 행운의 통일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 정파와 정당과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통일 정책과 각종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통일이 된 뒤에 메르켈처럼 "남북 통일은 행운이었다"라고 겸손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요행"에 훨씬 더 가까운 "대박"을 바란다면, 한민족 통일은 결국 꿈으로만 남을 요원한 일임에 다름이 없을 것이다. 동독 출신인 메르켈이 수상 역할을 휼륭하게 해내고 독일인들에게 정치인으로서 존경받는 독일처럼, 가능하다면 한민족 모두가 예외없이 남북 통일이 되기 전에 "경상도 전라도 하는 지방색의 극복"은 물론이고 "통일된 한국에서도 북한 출신 대통령을 맞을 배짱은 물론이고 이해심과 통이 큰 아량을 미리 훈련해 숙지할 수 있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통일을 소원하는 우리 각 개인들은 과연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지 묻고 싶다.  (2014년 3월 27일, 한국 언론보도를 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