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보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아테네 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파르테논 신전과
오가며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는 것이
제우스 신전과 고대 올림픽 경기장이었다.
늘 그렇지만
급한 일정에 따라 1차 미팅을 대충 끝내고
구체적인 것은 다음날로 미루고
상대방과 친교를 나눌 시간에 접어들자,
그리스 친구는 "제일 가고픈 곳 한 곳을 둘러보고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의를 했다.
그는 내가 "포세이돈!"이라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떻게 돌아도
꼬불꼬불한 해변길은 물론이고,
종려수가 양쪽 옆으로 즐비한 좁은 길 65 여Km를
자동차로 달려야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친구는
내가 파르테논할 줄 알고서 답을 요구했다가
영락없이 그 먼 길을 달려야 했다.
그렇게 좁고 상태가 좋지 않은
구불구불한 해변길을 따라 에게해의 바다와
민둥산들의 키 작은 가시나무들을 쳐다보면서
도착한 시간은
바로 시인 "바이런"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수니온 곶"의 일몰시간이었다.
게다가 성질이 난폭하고 괴짜인
"포세이돈"이 삼지창만 흔들면
지진과 해일이 일어났던 그곳은
포세이돈이 얌전하게
잠을 자는 시간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 대륙의 마지막 끝인 "수니온 곶"에다
"포세이돈"을 위해 신전을 세우고
안전한 항로와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는 신화 이야기도 있다.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보통 여행자들이
보기 힘든 "수니온 곶"의 일몰광경,
일몰에 반사되는 포세이돈 신전 대리석 기둥이
우연한 방문자의 카메라에
영락없이 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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