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서/순례길에 (사진.글)

아름다운 석양 뒤에 감추인 인간의 추한 모습 (아프리카)

그리스도의 편지 2008. 4. 28. 02:42


아름다운 석양 뒤에 감추인
인간의 추한 모습


 


 



독일에서 온 조그마한 한국 사람이

해가 지기 전에 꼭 도착해야 한다는 재촉에
아내까지 동반한 원주민 운전기사는

왜 그렇게 그곳을 방문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몇번이나 질문을 던지고선 고개를 갸우뚱한다.

허겁지겁 오후 5시쯤 도착한 Cape Coast!
석양의 멋진 모습 뒤에 감추어진

추한 인간 역사가 이곳에서 시작된 곳이다.
미국 흑인들이 찾아와서 눈물을 흘리고 가는 곳이 또한 이곳이다.


File:Ghana-karte-politisch-central.png

영국이 이 해안가 바위 위에 성을 세워서

식민지를 시작했던 곳이며,
금무역에 이어 신대륙과 유럽으로

노예무역을 시작했던 곳이 이 해변가이다.
과거의 노예 무역을 할 당시에

그려진 각종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과
당시 잡혀온 원주민들이 갖혀 있었던 한줄기 빛만 비치는
컴컴한 지하 "dungeons"를 보고 난 뒤에
운전사는 이 모든 사람들이

"우리 민족이었느냐?"고 질문을 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지금은

아메리카 대륙의 흑인이 되었지만 당신들의 선조였다"고 대답하자,

 그 자리에서 정중하게 너무나 고맙다고 인사하던

그들을 뒤로 하고
금방 바다 속으로 떨어져 들어가는 석양을

마주하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주여! 인간이 인간을 경멸하는

우리 안에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하고 드리는

나의 기도는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배경음악은 OMAR AKRAM의 "FREE SPIRI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