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편지
2009. 4. 4. 00:34

두 눈길의 마주침
주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시니
베드로가 주의 말씀 곧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눅 22, 61)
불과 몇시간 전에 베드로는 '예수님과 함께 감옥에도, 사형장에도 같이 갈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주장했었다. 이제 그가 일정의 거리를 두고 예수님 가까이에 아직도 머물고 있다면, 베드로는 그렇게 말대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베드로에게 맨 먼저 말을 거는 여종은 그에게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녀의 주장이 그리 큰 무게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예수님과 가깝다는 사실을 딱 잡아 떼면서 부인한다. 하지만 두사람이 연이어 그를 알아보았을 때, 상황이 심각해지게 되었다. 두 사람의 진술이 베드로를 바로 고소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순식간에 베드로는 세번이나 주님을 부인한다. 베드로가 계획한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짧은 순간에, 누가가 "예수님께서 상황을 급변시키신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전환점에 이른다. 예수님께서 몸을 돌이켜 베드로를 쳐다보시는 눈길 그 자체로 베드로를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오게 하신다. 비록 잡혀 묶인 몸이시지만 예수님은 그 순간까지도 당신의 제자인 베드로를 보호하신다. 예수님의 시선만으로도 충분했으며, 베드로는 바로 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뒤에 "내 양을 먹이라"는 미래를 향한 명령이 사랑의 눈길로 전해진 것이다 (요 21, 15 - 25).

렘브란트의 "예수님을 부인하는 베드로"
그날 새벽에 잡히신 예수님은 묶힌 채로 대제사장의 집으로 끌려 가셨고 병정들에게 둘러싸여 한 복판에 서 계셨습니다. 막 심문이 시작되려는 순간, 예수님은 바깥으로 고개를 돌려 베드로를 쳐다 보셨던 그 순간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두 시선이 마주치는 찰나, 예수님의 마지막 사랑이 베드로에게로 전해졌던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으며, 벌떡 일어나 손살같이 바깥으로 나가 한없이 울었습니다. 이 눈길의 마주침을 통해서 예수님은 부활하신 뒤에 베드로에게 맡길 귀한 사명을 위해 베풀 수 있었던 마지막 사랑이자 구출작전이었던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날도 우리를 결코 당신의 시야에서 잃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시야 안에서 머무는 복된 하루가 되시길 .... 샬~~~롬
눅 22, 54 - 62, 계 14, 1 - 5
배경 찬송은 "Open Your Eyes"입니다.
|
|